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법적 차이는 ‘기억이 없는가’와 ‘의식이 없었는가’의 차이입니다. 대법원은 술에 취해 수면 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 상태라면 심신상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기억 형성만 실패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만으로는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까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다만 여기서 결론이 끝나지 않습니다. 의식이 있었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판단 능력이나 저항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은 실무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한국중독연구교육원(경기 평택)의 성범죄 재범방지 상담에서도 “상대방이 기억을 못 한다고 했으니 블랙아웃이고, 그러면 무죄 아니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 글은 두 개념의 법적 의미와 판단 구조를 2026년 7월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알코올 블랙아웃은 기억이 저장되지 않은 상태이고, 패싱아웃은 수면 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 자체가 소실된 상태입니다.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패싱아웃 상태라면 심신상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블랙아웃만으로는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같은 판결은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저항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라면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따라서 블랙아웃이라는 사실은 무죄의 근거가 아니라, 항거불능 여부를 다시 따져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 법원은 걷거나 대화가 가능해 보였다는 단편적 장면만으로 심신상실·항거불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음주량과 전후 정황을 종합적으로 심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은 의학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알코올 블랙아웃은 기억이 만들어지지 않는 현상입니다. 단기간에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알코올 성분이 기억을 임시로 저장하는 해마의 기능을 방해하고, 그 결과 그 시간대의 일이 기억으로 남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때에도 의식은 있다는 점입니다. 대화하고 걷고 문자를 보내는 행동이 모두 가능합니다.
패싱아웃은 의식 자체가 꺼진 상태입니다.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리거나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억이 남지 않는다는 결과는 블랙아웃과 같지만, 그 시간 동안 아무런 의사 표현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 구분 | 알코올 블랙아웃 | 패싱아웃 |
|---|---|---|
| 의식 | 있음 | 소실(수면 상태에 가까움) |
| 행동 | 대화·보행·문자 전송 등이 가능 | 반응이 없거나 극히 미약함 |
| 기억 | 그 시간대의 기억이 저장되지 않음 | 의식이 없었으므로 기억 자체가 형성되지 않음 |
| 손상 부위 |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의 일시적 장애 | 뇌 기능 전반의 저하 |
| 법적 평가 | 그 자체만으로 심신상실 인정은 어려움 | 심신상실로 인정될 수 있음 |
대법원은 두 상태를 어떻게 구분했나요?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준강제추행 사건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이 판결은 알코올 블랙아웃의 의학적 성격을 설명한 뒤, 범행 당시 피해자가 기억 형성의 실패만을 겪은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기억장애를 넘어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술에 취해 수면 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의 핵심은 그다음 문장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았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며,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은 어떻게 다른가요?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이나 추행을 처벌합니다. 두 개념은 병렬로 규정되어 있으며, 하나만 인정되어도 범죄는 성립합니다.
| 구분 | 의미 | 음주 상황에서의 예 |
|---|---|---|
| 심신상실 |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 |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린 상태,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상태 |
| 항거불능 |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 | 의식은 있으나 몸을 가누지 못하고 상황 판단이나 거부 표현이 어려운 상태 |
| 공통점 | 두 상태 모두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준강간죄·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 | |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대부분의 사건은 이 두 범주 사이의 구간에 놓여 있습니다. 완전히 잠든 상태도 아니고 멀쩡한 상태도 아닌, 이른바 중간 지대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심신상실보다 항거불능 요건이 실제 판단의 축이 됩니다. 준강제추행죄의 성립 구조 전반은 술 취한 상태의 동의는 유효한가요?에서 함께 정리했습니다.
법원은 어떤 자료로 당시 상태를 판단하나요?
법원은 어느 한 가지 자료가 아니라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8도9781 판결도 피해자가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이 무엇을 심리해야 하는지를 제시했습니다. 실무에서 확인되는 주요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료 | 무엇을 확인하는가 |
|---|---|
| 음주량·음주 속도·평소 주량 | 혈중알코올농도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갔는지, 급격한 폭음이 있었는지 |
| 시간 경과 | 마지막 음주 시점부터 사건 시각까지의 간격 |
| CCTV·차량 블랙박스 | 보행 상태, 부축 여부, 반응 속도 등 외형적 상태 |
| 메시지·통화 기록 | 문장의 완결성과 오탈자, 응답 간격 등 인지기능의 흔적 |
| 목격자 진술 | 동석자나 업소 직원이 본 당시의 언동 |
| 사건 전후의 정황 | 평소 관계, 이동 경위, 사건 직후 양측의 반응과 연락 내용 |
겉으로 멀쩡해 보였다는 주장은 왜 받아들여지기 어렵나요?
겉으로 멀쩡해 보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는, 그 장면이 상태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18도9781 판결은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전후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블랙아웃 상태의 사람은 웃고 대화하고 스스로 걸을 수 있습니다. 그 장면을 근거로 삼는 순간, 판단의 기준은 상대방의 실제 상태가 아니라 관찰자의 인상이 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식의 영역입니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피고인이 그러한 상태라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할 의사로 행위했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대방이 취해서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 인식 자체가 이미 평가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이 구분이 어떻게 다루어지나요?
재범방지 상담에서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구분은 법적 다툼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점검의 기준으로 다루어집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남성 내담자들과 사건 당시를 복기해 보면,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한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반면 ‘멀쩡해 보였다’는 인상만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찰이 아니라 해석이 기억으로 굳은 것입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판단의 기준을 상대방의 겉모습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사실로 옮기는 작업을 합니다. 함께 마신 양은 얼마인지, 상대방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었는지, 질문에 문장으로 답했는지와 같은 항목입니다. 여기에 하나라도 확실하지 않은 항목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이 기준이 됩니다. 음주 문제가 함께 확인되는 사례에서는 AUDIT-K(한국판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를 병행해 음주 조절 문제를 함께 다룹니다.
정리
블랙아웃은 기억의 문제이고 패싱아웃은 의식의 문제입니다. 법적으로 패싱아웃은 심신상실로 인정될 수 있고, 블랙아웃은 그 자체만으로 심신상실이 되지는 않지만 판단 능력과 저항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면 항거불능으로 평가됩니다. 결국 두 개념 모두 ‘처벌되지 않는 구간’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기준은 하나로 모입니다. 상대방이 어느 상태인지 스스로 판별할 수 없다면 성적 접촉을 시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후에 자료를 남기는 방식이 왜 위험한지는 성관계를 녹음해두면 억울한 누명을 피할 수 있나요?에서 다루었고, 반복 위험 요인을 구조적으로 점검하고자 하신다면 성범죄 재범방지 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나요?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상대방이 기억이 안 난다고만 하면 처벌이 어렵지 않나요?
- 그렇지 않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블랙아웃일 수도 패싱아웃일 수도 있어 그 자체로 결론이 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음주량과 전후 정황을 종합해 당시 판단 능력과 저항 능력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따로 심리합니다.
- 블랙아웃으로 인정되면 무죄가 되나요?
- 무죄로 직결되지 않습니다. 블랙아웃이라는 판단은 심신상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일 뿐이며, 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항거불능이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 상대방이 먼저 스킨십을 했는데도 항거불능이 인정되나요?
-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알코올의 영향으로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나온 행동은 유효한 의사표시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소와 다른 행동이었다는 점이 상태 판단의 정황으로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만으로 심신상실 여부가 정해지나요?
- 정해지지 않습니다. 같은 수치에서도 개인의 내성과 음주 속도에 따라 상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수치는 여러 판단 자료 중 하나이며, 사건 시점의 수치를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 가해자도 블랙아웃이었다면 책임이 줄어드나요?
- 줄어들지 않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수면 중인 배우자나 연인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요?
- 적용됩니다. 수면 상태는 대표적인 심신상실 상태로 다루어지며, 형법 제299조는 관계의 종류를 구성요건으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혼인이나 교제 관계라는 사정은 성립 여부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검토되는 사정입니다.
- 약물 때문에 의식을 잃은 경우도 같은 조항이 적용되나요?
- 적용됩니다.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원인을 알코올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약물을 직접 투여한 경우에는 별도의 범죄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사건 이후 상대방이 평소처럼 연락했다면 유리한 사정인가요?
-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사건 직후의 반응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며, 법원은 사후 연락 여부를 여러 정황 중 하나로만 봅니다. 연락이 이어졌다는 사정만으로 당시 상태에 대한 판단이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심리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반드시 전문가와 개별 상담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언급된 상담 사례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연령대와 유형 수준으로만 일반화한 것이며, 특정 개인의 사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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