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참고자료 (상담후기)

"번호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ditor25010 2026. 7. 21. 18:05

 

오늘은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편지상담으로 만난 A님의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본 글은 개인과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포함하지 않았으며, 글에서는 신원 보호를 위해 A님으로 표기합니다.

 

편지봉투와 함께 '번호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이 적힌 대표 이미지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동의와 경계의 기준을 다시 세워 간 편지상담 사례

 

A님과의 상담은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를 단순히 욕구를 참는 일이나 의지의 강약으로 다루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각과 상황, 자기합리화를 점검하고 타인의 동의와 경계를 존중하는 기준을 세워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확인된 세 단계 - 상담 초반 자책과 억압, 상담 중반 알아차림과 점검, 상담 후반 기준과 실천


처음에는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방식뿐이었습니다

상담 초기 A님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편지에는 후회와 자책이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그런 선택에 이르렀는지, 어떤 상황에서 판단과 관계의 경계가 흐려졌는지, 앞으로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은 아직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불편한 생각이 떠오르면 더 강하게 억누르고, 더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려 했습니다. 편지에는 반성과 책임감이 담겨 있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이어지는 과정을 차분하게 살펴볼 여유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재발 방지는 참는 힘만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어떤 상황이 위험 신호가 되는지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이나 자기합리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점검하며,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사용할 대처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상담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편지에 ‘위험 신호’가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을 이어가면서 편지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A님은 막연히 “참아야 한다”고 쓰는 대신, 어떤 때에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흔들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외로움이 커질 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 때, 관계의 경계를 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순간들. A님은 이러한 상황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위험 신호를 하나씩 구분해 갔습니다.

중요한 점은, 외로움이나 충동이 잘못된 행동의 원인이나 면책 사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관리해야 할 위험 신호이며, 행동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생각이 떠오르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르다. 행동하지 않을 선택과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변화의 핵심은 생각을 없애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위험 신호를 알아차린 뒤 상황에서 벗어나기, 행동을 멈추기, 세워 둔 원칙을 확인하기,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와 같은 구체적인 대처를 선택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러한 알아차림과 대처는 의지가 약해지는 순간에도 다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재발 방지의 기반이 됩니다.


성적 행동의 기준을 ‘동의와 책임’으로 다시 세우다

상담 후반부에는 A님이 자신을 점검하는 질문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를 구분하는 데서 나아가, 상대방의 자발적이고 명확한 동의, 관계의 경계, 존중, 그리고 자신의 책임을 기준으로 행동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성적 행동은 혼자만의 욕구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상대방의 의사와 경계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만큼, 상대방을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대상으로 보지 않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A님은 지식으로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나는 어떤 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 나갔습니다. 이 기준은 자신의 어려움만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잘못된 선택이 타인의 안전과 존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편지에 적혀 있던 한 문장

상담의 마지막 편지에서 A님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편지지 위에 적힌 마지막 인사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를 번호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A님의 마지막 편지 중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상담에서 한 사람을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름으로 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한 행동의 책임을 지워 주거나, 잘못을 가볍게 본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선택과 그 결과를 직면하고, 다시 같은 피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다른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 책임 있는 한 사람으로 대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사건이나 번호 하나로만 규정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그 행동이 타인에게 미친 영향과 그에 대한 책임도 흐리지 않습니다. 사람으로 존중하는 것과 행동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담은 ‘행동을 멈추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A님의 변화는 빠르거나 극적인 방식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살피려는 태도를 꾸준히 이어 갔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확인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바로 이러한 꾸준함이었습니다.

다만 상담을 마쳤다고 해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자신의 위험 신호를 점검하고, 정해 둔 대처 계획을 실천하며, 필요할 때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상담에서 세운 기준이 일상 속 행동으로 반복될 때, 변화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상담은 문제 행동을 멈추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타인의 동의와 경계, 존엄을 지키며,
다른 선택을 반복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상담은 자신을 다시 이름으로 부르는 과정인 동시에, 타인 역시 이름과 경계와 존엄을 가진 한 사람으로 대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A님의 앞으로의 시간이 조금 더 단단하고 평온하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을 함께 존중하는 선택이 일상 속에서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변화는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록됩니다

편지상담 신청 방법과 진행 과정을 안내해 드립니다. 가족·변호인도 신청 가능합니다.

📞  031-8054-8641💬  카카오톡 상담

🎓  재범방지교육 강의 바로가기

공식 홈페이지 jhaa.co.kr

본 글은 개인과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삭제하고 일부 표현을 일반화했습니다. 상담의 경과와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르며, 특정 재판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은 반드시 변호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