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디지털 정글에서 아이 지키는 법

[연재 2화] 부모의 무지에서 시작되는 비극

editor25010 2026. 7. 22. 16:00

 

 

연재 · 2화 디지털 정글에서 아이를 지키는 법

“몰랐습니다” —
부모의 무지에서 시작되는 비극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우리 아이를 지키는 부모의 안내서 — 진단 · 심리 · 법률 · 회복. 프롤로그의 후반부, 이 책이 쓰인 이유와 이 책이 던지는 두 가지 질문입니다.

프롤로그 (2/2) 글 · 변호사 & 심리 전문가 공저 법무법인 청 · 한국중독연구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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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에서 — 오후 네 시, 자전거를 막은 엄마와 오후 네 시 십 분, 단톡방 세 개에 접속한 아이. 우리는 같은 아이를 두 개의 놀이터 사이에서 매일 바꿔치기하고 있었습니다. 위험을 위험으로 알아채지 못하는 것, 그것이 디지털 시대 부모가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인지도 모릅니다.

지난 십 년 사이 한국의 양육은 더 안전해졌다. 적어도 현실에서는 그랬다.

 

아이들은 골목에서 사라졌고, 놀이터보다 학원에 더 오래 머물렀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던 시간은 학습 일정으로 채워졌고, 친구 집에 혼자 가는 일도, 심부름을 하며 동네를 익히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부모는 아이를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막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현실에서는 아이를 보호했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넓은 자유를 허락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여 주었고, SNS 가입을 모르는 척했고, 어떤 단톡방에 들어가 있는지조차 모른 채 자녀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묻지 않게 되었다. 묻는 일은 간섭이 되었고, 모르는 일은 존중이 되었다.

 

이 두 가지 변화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같은 뿌리에서 자랐다.

 

현실은 더 안전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디지털은 어차피 막을 수 없다는 체념.

 

그래서 우리는 가장 막기 쉬운 위험은 없애고, 가장 막기 어려운 위험에는 손을 놓았다. 그 결과를 우리는 지금 매일 뉴스에서 본다. 텔레그램의 어느 방에서, 어느 학교의 단톡방에서, 어느 게임의 음성 채팅에서 아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뉴스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가 안심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각, 그 방, 그 침대 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

이 책은 두 사람이 함께 썼다.

 

한 사람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어 온 변호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상담실에서 만나 온 심리상담 전문가다. 두 사람은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보았다. 한 사람은 진술서와 증거기록을 통해, 다른 한 사람은 아이와 부모의 표정과 침묵을 통해 사건을 만났다.

 

그러나 결국 마주한 장면은 늘 비슷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 부모가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부모는 자녀의 스마트폰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몰랐다. 어떤 단톡방에 들어가 있는지 몰랐고,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몰랐다. 어떤 사진을 주고받았는지, 어떤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었는지 몰랐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알아챘어야 하는지 누구에게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

 

더 마음 아픈 것은, 그 부모들이 무관심해서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자녀를 사랑했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법정과 상담실에서 수많은 사건을 만나며 우리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많은 비극은 부모의 무관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부모의 무지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바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썼다. 위험을 경고하려고 쓴 책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불안하고 두려운 부모들이,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막막함 대신 다음에 할 행동을 손에 쥐고 책장을 덮을 수 있도록 썼다.

···

이 책에서 우리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하려 한다.

두 가지 질문 — 왼쪽은 우산을 들어 아이를 비에서 지키는 부모, 오른쪽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하는 부모. 지키는 법과 가르치는 법
지키는 법과 가르치는 법 — 부모가 함께 품어야 할 두 가지 질문.

이 둘을 함께 다룬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와 가해를 떼어 놓고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 피해 예방만 알아서는 절반밖에 알지 못하는 셈이다. 그래서 부모가 두 가지 질문을 함께 품고 이 책을 덮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우리가 닿고 싶은 결론은, 처벌도 차단도 검열도 아니다.

아이에게 잃어버린 현실의 삶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가장 강력한 예방이다.

자전거를 다시 타게 하는 것, 골목에서 가끔 다치게 하는 것, 친구와 직접 만나 싸우고 화해하게 하는 것, 모르는 어른에게 길을 묻고 그 어른의 얼굴을 기억하게 하는 것. 우리가 가장 두려워한 나머지 아이에게서 빼앗았던 그 경험들이, 사실은 디지털 정글에서 아이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갑옷이다.

 

오후 네 시. 자전거를 꺼내는 아이에게 우리는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그 답을, 이 책에서 함께 찾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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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산만한 아이들 — 대한민국 청소년의 디지털 현실

프롤로그가 끝나고, 제1부 진단편이 시작됩니다. 왜 하필 지금, 왜 이 세대의 아이들이 유독 디지털 성범죄에 취약해졌을까요. 스마트폰이 위험해서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곳에 이유가 있을까요. 사라진 놀이터와 빗장 풀린 디지털 세상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본 연재는 『디지털 정글에서 아이를 지키는 법』(변호사 · 심리 전문가 공저, 법무법인 청 · 한국중독연구교육원)의 본문을 순서대로 나누어 싣습니다. 무단 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