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第1章 지워지지 않는 얼굴 · 第1回
1-1화. 금요일 저녁의 전화
변론의 무게 · 성범죄 전문 변호사가 기록한 일곱 개의 사건
| 기록 번호 | 2026-연재-제1호 |
| 이 사건은 | 딥페이크(허위영상물) 피해 사건의 기록입니다 |

저녁 일곱 시 사십 분이었다.
금요일 저녁의 사무실에는 특유의 공기가 있다. 낮 동안의 소음이 다 빠져나가고 남은, 종이 냄새와 식은 커피 냄새가 반씩 섞인 공기. 여섯 시가 되면 오세라 사무장이 가방을 메고 내 방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이십 년째 이 바닥에서 일한 사람답게, 그는 퇴근 인사도 조서처럼 간결하다.
"변호사님, 월요일 오전에 재판부 두 곳 전화 올 거고요. 불 끄고 가세요."
불 끄고 가라는 말은 야근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어차피 야근할 거면 복도 불이라도 끄라는 뜻이다. 나는 알겠다고 했고, 물론 복도 불을 켠 채로 준비서면을 읽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사무실 대표번호로, 업무시간이 끝난 금요일 저녁에 걸려 오는 전화. 나는 서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수화기를 들었다. 이런 전화가 어떤 전화인지, 십사 년이 이미 가르쳐 준 뒤였다.
"변호사님이십니까."
중년 남성의 목소리. 낮고, 지나치게 정중하고, 어딘가 눌려 있는. 이런 목소리로 시작하는 전화는 본인 사건이 아니다. 자식 일이다.
"네, 서진우입니다. 말씀하세요."
"밤늦게 죄송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다가…… 저, 딸아이가……"
거기서 말이 끊겼다. 나는 기다렸다. 이 침묵을 재촉하면 안 된다는 것도 십사 년이 가르쳐 준 것이다.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가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으로는 퇴근길 차들이 강변북로를 향해 느리게 밀려가고 있었다. 그 침묵이 이십 초쯤 이어졌을 때,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딸아이가 사흘째 방에서 안 나옵니다. 밥도 안 먹고요. 어제 새벽에 애 엄마한테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울었다는데, 애 엄마가…… 애 엄마도 저한테 말을 못 합니다. 그냥, 변호사를 찾아보라고만 했습니다."
"따님이 몇 살입니까."
"스물하나요. 대학교 3학년입니다."
나는 메모지에 '21, 대3, 휴대폰'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 세 단어만으로 사건의 윤곽이 그려진다는 사실이, 새삼 서글펐다. 물론 짐작은 짐작일 뿐이다. 이 일을 오래 하면 배우는 것 중 하나는, 전화 한 통으로 사건을 단정하는 변호사가 가장 위험한 변호사라는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무슨 일이 있었든, 그 일의 증거는 지금 그 휴대폰 안에 있다.
"제가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아버님께서는 모르시는 거지요."
"……네. 물어봐야 하는 겁니까? 아비가 되어서 묻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뭘 잘못 물었다가 애가 더 힘들어질까 봐."
그 말에 나는 잠깐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상담실에서 수없이 본 장면이 있다. 걱정이 앞선 가족이 던진 한마디 — 왜 진작 말 안 했어, 그러게 왜 — 그 한마디에 피해자가 입을 닫아 버리는 장면. 이 아버지는 그 한마디를 아직 하지 않았다. 묻지 못하는 것이 지금 이 가족을 지키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가 처음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울음을 삼키는 소리인지도 몰랐다.
"월요일 오전 열 시에 사무실로 오실 수 있습니까. 따님이 함께 오면 좋겠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아버님 혼자라도 괜찮습니다. 억지로 데려오지는 마시고요."
"네, 네. 가겠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님, 그때까지 저희는…… 뭘 해야 합니까."
뭘 해야 하느냐는 질문. 금요일 저녁의 전화는 언제나 이 질문으로 끝난다. 그리고 십사 년 동안 내 대답은 점점 짧아져서, 이제는 한 문장이 되었다.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먼저인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그대로 전해 주세요. 따님한테 무슨 일이냐고 묻지 마시고요. 휴대폰에 있는 거, 지우지 말라고만 전해 주세요. 지우고 싶어도 지우지 말라고. 그것만요."
"그게…… 무슨 일인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그런데 뭐가 됐든, 지우면 안 되는 건 같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한동안 메모지를 내려다보았다. 21, 대3, 휴대폰.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월요일 오전 열 시.
창밖의 차들은 여전히 느리게 밀려가고 있었다. 저 불빛들 어딘가에서 스물한 살이 사흘째 방문을 잠그고 있을 것이다. 지우고 싶은 것을 지우지 못한 채로, 주말이라는 긴 터널 앞에 서서. 월요일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 휴대폰이, 그리고 그 애가, 월요일까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나는 복도 불을 끄고 사무실을 나왔다.
변호사 노트 · 第1號 — 가족이 피해를 알게 된 첫날
캐묻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무슨 일이야", "왜 말 안 했어", "그러게 왜" — 걱정에서 나온 말이라도, 피해자에게는 추궁으로 들립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 그리고 "네 잘못이 아니다", "네 편이다"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초기 회복과 이후 진술에 결정적입니다.
증거를 지우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사진, 대화 내용, 링크를 지워 버리고 싶은 충동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증거가 사라지면 가해자를 찾고 처벌하는 일이 어려워집니다. 삭제는 수사기관과 지원기관이 대신해 줄 수 있습니다. 피해자 본인이 아니어도 가족·지인이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으로 먼저 상담할 수 있고, 디지털 성범죄가 의심되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무료 삭제 지원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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